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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자유여행 3일차이던 2014-12-28(일) 오키나와 남부의 주요 코스를 하루에 도는 A코스 남부 투어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나하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나하시외버스터미널은 모노레일(유이레일) 아사히바시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아사히바시역은 나하공항역에서 약 10분이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한다. 렌트카를 대여하지 않고 뚜벅이 여행을 한다면 숙소는 터미널이 위치한 아사히바시역 주변으로 예약하는 것이 편리하다. 낮에는 시외버스 또는 투어버스를 이용하여 오키나와 전역을 여행하다가 저녁에는 나하시로 돌아와 국제거리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노레일은 발권 시점부터 24시간동안 이용 가능한 1일권 티켓을 700엔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터미널과 연계하여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나하시외버스터미널의 모습이다. 시외버스 또는 각 코스 별 투어버스를 타고 오키나와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




A코스 투어버스 티켓을 구매하려면 1층에 위치한 나하버스사무소로 들어가면 된다. 오키나와 대부분이 그렇듯 사무소 직원들은 영어가 안되지만 짧은 영어로 A코스 티켓을 원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알아듣고 티켓 구매를 도와준다. A코스 티켓은 1인당 4,900엔이다.(슈리성 입장권 가격은 별도이다.)




A코스 투어버스의 모습이다. 투어버스는 시간 단위로 움직이기에 창문 또는 번호판의 번호를 잘 기억했다가 제 시간에 돌아와야 한다. 티켓은 인터넷으로 알아봤을 때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고 설명되어 있었지만 막상 터미널에 와보니 자리가 많이 남아서 당일 현장 구매로도 충분했다. A코스 버스가 출발하는 09:00보다 한시간 정도 여유있게 도착해서 티켓을 구매하자.




투어 내내 버스 안밖에서 안내원이 일본어로 설명을 해준다. 다른 언어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코스의 각 방문지를 미리 공부해가면 좋다. 공부를 하지 않고 가면 모두가 숙연한 분위기에서 혼자 어떤 상황인지 몰라 멀뚱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 A코스는 특히 전체 코스 중에 가장 오키나와의 역사적 아픔과 밀접하게 대면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꼭 미리 공부해가자.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거운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A코스의 첫 방문지는 슈리성터이다.(09:30~10:30) 슈리성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티켓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우리 일행의 경우 모노레일 티켓을 제시하여 20% 할인받아 1인당 660엔에 구매할 수 있었다. 슈리성은 일본에 병합되기 전까지 류쿠왕국의 수도였다. 조선의 경복궁을 생각하면 된다. 오키나와 자체가 작은 섬이기 때문에 규모만 봤을 때는 자금성, 경복궁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동북아시아 3국을 각각 닮았으면서도 오키나와 만의 독창적인 건축양식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유적지라고 하기에는 최근에 지어진 느낌이 강했는데 태평양 전쟁 당시 모두 파괴되어 터만 남았다가 재건되었기 때문이다.(태평양 전쟁 기간동안 오키나와에만 3만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도 재건된 성이 아닌 성터 만이다. 전쟁으로 인한 유적지 파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A코스 대부분이 태평양 전쟁을 관통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같은 아픔을 겪었다.






곳곳에 슈리성을 안내하는 분들이 있어 동선을 따라 편하게 슈리성 안밖을 둘러볼 수 있다.




슈리성을 떠나 2번째 방문지로 도착한 곳은 해군호병원이다.(11:00~11:30) 입구로 들어가기 전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쪽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맑은 날씨와 멋진 풍경과 달리 해군호병원 내부로 들어갈수록 전쟁의 참상을 느낄 수 있었다. 해군호병원은 미군의 본격적인 상륙과 포위전 속에 패색이 짙은 일본군이 마지막까지 항전하던 곳이다. 일본군 병사 개개인이 느꼈을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태평양 전쟁을 다룬 수작 영화 The Thin Red Line(1998)의 주제곡인 Journey to the line의 선율이 떠올랐다.




해군호병원 입구에서 마주친 고양이이다. 오키나와의 고양이들은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3번째 방문지는 히메유리의 탑(11:45~12:55)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강제 징집에 의해 여학생 222명, 교사 18명이 간호요원으로 복무, 미군의 폭격 및 일본군의 자결 강요로 136명이 사망한 비극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자료관을 관람하면서 Takashi KakoIs Paris Burning이란 곡이 떠올랐다. 이 곡만큼 이 전쟁이 끼친 비극을 잘 설명하는 곡은 없을듯하다.






오키나와인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왕에 대한 충성을 강요당하며 태평양 전쟁 전에도 후에도 철저히 일본 본토의 방패막이로 이용당했다. 한국인인 나에게는 너무 익숙해서일까? 시종일관 담담하게 자료관을 구경하였는데 옆에 있던 일본 본토인들은 꽤 충격에 빠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히메유리의 탑을 떠나 점심식사로 먹은 오키나와 소바이다. 강한 입맛에 익숙한 한국인들도 크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무난한 맛이다.




4번째 방문지는 오키나와 전적지 국정공원이다. 오키나와 최후의 격전지였던 곳에 태평양 전쟁동안 죽은 24만명을 아군과 적군의 구분없이 기리기 위해 세운 공원이다. 역설적이게도 최후의 격전지였던 이 곳이 투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 않았나 싶다.





동굴과 사자탈춤이 인상적이었던 오키나와 월드를 마지막 방문지로 하여 16:30 나하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오면서 A코스 투어는 끝났다. 여행자로서 단순히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다 돌아오는 것을 떠나 20세기 오키나와가 겪은 역사적 아픔, 현재 오키나와인이 겪는 본토로부터의 불평등과 높은 실업률, 그로 인한 독립 열기에 대해서 짧게나마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의미있는 투어였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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