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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여행의 소득, 자동차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다

조금이라도 완벽히 준비되지 않으면 절대 실천하지 않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인 내가 2015년 시작과 함께 연달아 지인들을 놀래키는 일을 벌였다. 첫번째는 내 인생 첫 해외여행, 태어나서 비행기 한번 안 타본 내가 무작정 오키나와로 6박 7일의 뚜벅이 여행을 다녀왔다. 짧은 기간 오키나와의 대중교통 문화를 경험하고 한가지 굳은 확신을 하였다. 내 또래의 사회초년생이 차를 산다고 하면 주변에서 뻔한 대답이 돌아온다. 과속에 위험하고 무질서한 우리나라의 도로 환경과 교통 문화, 그리고 결혼과 자녀 계획까지 고려했을 때,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보는 시선까지 생각하면 최소 준중형(여유가 되면 중형) 자동차를 사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오키나와에서는 전부 작은 차 뿐이었다. 이 사람들은 전부 독신이거나 한자녀 뿐인가? 아니다. 가족 단위로 차를 타고 있는 모습도 많았다. 저렇게 작은 차는 위험하지 않나? 아니다. 모두 천천히 안전하게 여유있게 운전하니 도로는 더이상 위험한 곳이 아니었다. 버스는 사람이 자리에 앉기 전까지 출발하지 않았으며 급가속 급제동없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속도로 이동했다. 한국과 비교도 안되는 자동차 역사와 모터스포츠를 보유한 일본이지만 자동차 문화는 오히려 더 소박하고 여유로웠으며 안전하기까지 했다.(이 느낌은 자전거 문화에서도 느껴졌다. 일본의 시마노는 자전거의 심장인 구동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오키나와에서 고급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홍콩이나 한국의 여행객이 대부분으로 다들 평범한 생활자전거를 탔다.)




오키나와 여행 중 나하시 시키나엔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오키나와(확대해서 말하면 일본)에는 전부 작은 차 뿐이다. 박스카 또는 해치백이 주류를 이룬다.


귀국하자마자 차를 장만할 결심을 하다

아반떼, K3, SM3... 사회초년생이 첫 승용차를 장만할 때 지겨울 정도로 거론되는 자동차들이다.(최근에는 CUV가 가세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H, K사의 남성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은 곤충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지독하게 싫어한다. 또한 어렵사리 모델을 결정하고 온라인 견적을 할 때 풀옵을 고를 수 밖에 없게 만든 옵션 장난에 이르러서는 분노가 폭발하여 이내 자동차 구입을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8년차 장롱면허에 미천한 운전경험과는 다르게 10년 넘게 F1, WRC를 즐겨보는 모터스포츠 팬이다. 한 때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조차 안하던 지독한 주관을 가졌던 내가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휠 세트까지 장만하며 레이싱 게임을 즐겼을 정도로 모터스포츠를 좋아한다. 퇴근하고 심신이 지쳐있을 때 WRC의 타막 온보드 영상을 보면서 엔진 소리에 영혼이 치유될 정도이다. WRC에서 시원한 드리프트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작고 단단한 느낌의 엉덩이가 짧은 해치백 자동차들이었다.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나는 현실과 타협하여 남들을 따라 준중형 세단을 장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각성한 나는 곧 해치백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바로 아베오 해치백이었다.

모든 것을 바꾼 만두군과의 자판기 앞 5분 대화

집요, 완벽, 나를 표현해준다고 생각하는 이 단어들, 하지만 회사동료이자 동생이자 친구이자 때때로 인생의 스승이기도 한 만두군 앞에서 나는 명함도 못내민다. 명석한 두뇌와 철두철미한 정보수집력으로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는 친구이다. 마침 만두군이 2달 전 자동차를 장만한 터라 그는 한창 물오른 자동차 구매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 난 레이싱을 할 것도 아니고 출퇴근에 가끔 장거리 여행을 하는 수준이면 아베오 스포츠 패키지 정도만 되도 무난하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쉬는 시간 자판기 앞에서 만두군이 던진 한마디, 에이~ 저라면 아베오 RS! 정신을 차려보니 난 아베오 RS의 구매계약서에 서명하고 있었다. 서명하는 순간까지 만두군을 제외한 모두가 나를 말렸다. 그 돈에 경차같이 생긴 옵션없는 깡통차를 사느니 차라리 ㅁ를 산다! 모두가 똑같은 반응들... 하지만 난 확고했다. RS 트림은 출퇴근과 마트 쇼핑 같이 일상의 용도로도 이용하면서 주말에는 꾸불꾸불 한적한 국도를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작아서 주차하기도 편한, 내가 원했던 바로 그런 차였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10년 넘게 게임에서만 몰아봤던 WRC의 해치백 자동차에 대한 로망도 한 몫 했으리라.

아베오 RS 구입 후 열흘이 지났다

아쉽게도 운전 경험이 부족하고 운전도 서툰 탓에 남들같이 멋지고 디테일한 시승기를 쓸 수 있는 내공이 안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보면 볼수록 이쁘고 시동을 끄고 돌아서면 다시 타고 싶은 차라는 것이다. 네이버카페 클럽아베오를 둘러보면 아베오 RS는 사고 나서의 만족감이 정말 높은 차량이다. 오너들 사이에서 아베오 RS의 특징과 매력을 함축적으로 즐겨 표현하는 말이 있다.

  • 아베오 RS를 한 번 이상 몰아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몰아본 사람은 없다!
  • 아베오 RS는 국산차 중에 가장 핸들링과 코너링이 재미있는 차량이다!

더군다나 최근 오토뷰 김기태PD의 시승기에서 극찬받으면서 한없이 까이기만 하던 아베오 RS의 명성이 더 높아졌다. 내공이 부족한 탓에 자세한 리뷰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외관 위주의 간단한 소감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정리해봤다.




아베오 RS의 헤드라이트 디자인은 유선형 곡선 디자인 일색의 타 국산차와 차별되는 남성석인 힘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든다.




스파크와 닮았다고 비판받는 테일라이트 디자인이다. 내게는 스파크와 닮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파크가 어때서? 하지만 남성적인 개성을 뽐내던 헤드라이트 디자인에 비해 갑자기 귀염상이 되어 맥이 빠진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말리부의 테일라이트 디자인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이었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




RS 트림에만 적용되는 다크 메탈릭 색상의 17인치 알루미늄 휠이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은 튀지 않는 딱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전면 디자인은 언제 봐도 만점을 주고 싶다.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의 절묘한 균형이랄까? 하위 트림보다 지상고가 약 1cm 낮은 탓에 보다 안정감이 느껴진다.




맹꽁이같은 테일라이트 디자인은 아쉽지만 나름대로 귀엽고 단단한 느낌은 나쁘지 않다.




측면 디자인은 나무랄데 없이 잘 빠졌다. 남성적인 느낌의 전면 디자인과 달리 곡선의 미를 잘 살렸다. 후면과도 이질감 없이 조화롭게 연결된다.


Special Thanks

<만두군>

열정만 있지 아무런 구체적인 준비도 안되어 있던 내게 최상의 초정밀 자동차 구매 컨설팅을 해준 고마운 은인이다. 시속 300km/h를 우습게 돌파하는 하야부사의 오너였던 탓일까, 그에게는 자동차의 가치를 운송수단 그 이상으로 여기는 열정이 느껴진다.

<쉐보레자동차 문산대리점 훈남 L 대리님>

만두군의 소개로 아베오 RS를 계약 후 취등록까지 친절하게 가이드해준 주인공이다. 요즘같이 온라인 정보전이 치열하고 가격경쟁이 가열되어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대에 고객을 단순한 고객 그 이상으로 대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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