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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오키나와 여행

  • 3년 전 2014년 연말과 2015년 새해를 오키나와에서 보냈었다. 긴장과 설레임이 가득했던 첫 해외여행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았고, 그 후에도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 공기를 마실 때마다 오키나와가 생각났다. 결국 그 때 그랬던 것 처럼 충동적으로 오키나와 행 비행기표를 끊고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 12월은 오키나와에서 겨울의 시작으로 여행 비수기에 해당한다. 일시적으로 극성수기가 되는 일왕 탄생일인 12월 23일, 신정 연휴인 1월 1일 사이인 12월 28일~31일을 골라 부담스럽지 않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 사실 이번 여행의 뽐뿌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큰 자극이 되었다. 특히, 독일 편과 핀란드 편은 해외 여행을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지 많은 부분 공감하며 봤다. 덕분에 오키나와의 역사와 경제, 정치적 이슈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가서 보다 넓은 시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 2시간 조금 넘은 비행 끝에 드디어 나하 공항에 도착했다. 3년 만에 재회! 익숙한 장소와 기억! 고향에 온 기분이다. 미세먼지 가득하던 서울을 떠나 도착한 나하는 가을 바람으로 반겨줬다.
  • 한국 관광객이 처음 도착하는 건물은 국제선 빌딩에 해당한다. 아담한 크기로 실망할 수 있는데 나하 공항의 진짜 모습은 바로 옆에 있는 국내선 빌딩으로 가야 느낄 수 있다.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전체 방문객의 7할은 일본 본토에서 온다. 방문객의 규모만큼 빌딩의 크기도 차이가 있다. 최근 7년 사이 한국인 방문객의 폭발적 증가로 국제선 빌딩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증축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인지 국제선 빌딩의 밖은 공사로 어수선했다. 국제선 빌딩과 국내선 빌딩은 2층에 서로 연결되는 구름 다리가 있으니 여기로 이동하면 편리하게 바로 유이레일 나하공항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
  • 국내선 빌딩에는 식당과 상점이 많다. 특산품과 기념품도 많이 판매하므로 미처 가족이나 지인을 위한 선물을 구매하지 못했을 경우 최후에 이 곳에서 구매하면 된다.




  • 숙소가 위치한 오모로마치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유이레일에 승차했다. 유이레일은 나하 시내를 관통하는 2량의 경전철로 전체 구간이 30분 정도에 불과하다. 오키나와 유일의 철도 교통수단으로 나하 시내를 여행하는 뚜벅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관광객 덕인지 현재 유일레일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구간 확장 공사 중에 있다. 고속도로에 접근 가능한 인터체인지까지 연결하는 것인데 이 것이 완공되면 뚜벅이 여행객들은 더욱 편리하게 환승하여 여행할 수 있게 된다.




  • 오키나와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공항 도착 후 구름이 많이 끼어 날씨가 흐린가 싶더니 다시 햇빛이 비치고 청명한 날씨로 변했다.
  • 여행 2주일 전 아고다 앱으로 예약해둔 호텔 호케 클럽 나하 신토신에 도착했다. 국제거리 인근 오모로마치역 바로 앞이라 뚜벅이에게는 최고의 숙소라고 할 수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인 T갤러리아 택시 승강장 앞이 지노투어의 한국어 가이드 북부 투어 버스가 출발하는 곳이라 상당히 편리하다.





  • 호텔에 짐을 풀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재빨리 유이레일로 접근 가능한 슈리성으로 향했다. 
  • 슈리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총사령부로 쓰였는데 미군의 집중 포격으로 터만 남고 모두 파괴되었다. 그래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터만 해당된다. 전후 류쿠대학이 세워졌다가 이전하고 1992년 오늘날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한 나라의 수도로서 기능했던 성터에 대학교를 짓는 것은 어째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를 지었던 방식과 판박이로 보인다. 심지어 일본은 류큐왕국을 멸망시킨 1879년부터 미군에 점령되는 1945년까지 오키나와에 어떠한 대학교도 건립하지 않았다. 일본은 오키나와를 철저히 식민지이자 전쟁의 방패막이로 활용했다.





  • 오후 6시를 전후로 날이 금방 어두워졌다. 날씨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인데 해는 겨울처럼 일찍 지니 이 또한 오키나와에서만 느껴보는 독특한 경험이다. 한적한 나하 시내를 둘러보면서 호텔이 위치한 오모로마치역으로 향했다.


  • 오키나와에 와서 밥 먹으려고 일부러 기내식도 신청 안하고 참은 결과 드디어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나하 메인 플레이스 1층에 위치한 카츠노야에 도착했다. 오키나와산 흑돼지인 아구를 사용한 돈까스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식당 앞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 자리로 안내해준다.


  • 첫번째 주문한 메뉴는 돈육스테이크정식이다. 아구는 일반적인 식용 돼지보다 크기가 작은 흑돼지로 약 600년 전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계가 많아 식감이 환상적인데 반해 의외로 콜레스테롤은 일반 돼지보다 1/4 수준으로 적으며 각종 영양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하는 환상적인 돼지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돼지고기 덕후인 내가 보증한다.


  • 같이 주문한 메뉴로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오키나와판 제육볶음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은데 짭쪼름하면서 한국처럼 양념이 과하지 않아 아구 본연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역시나 살코기와 같이 씹히는 비계의 맛이 환상적이다. 먹다가 기절할 뻔 했다.


  • 나하 메인 플레이스 1층에는 규모가 큰 마트가 있어 여행 중 필요한 먹거리나 공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위 사진은 마트 눈팅 중 발견한 흑당이다. 오키나와에 왔으면 반드시 흑당을 먹어봐야 한다. 흑당은 오키나와에서 재배되는 사탕수수를 인공물 첨가 없이 즙을 내어 만든 고형물로 건강에 좋기로 유명하다. 에도 막부 시절 오키나와를 지배했던 사쓰마 번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으로 얻은 경제력으로 결국 메이지 유신의 주인공이 되었다. 조그만 설탕 덩어리가 오키나와의 아픔과 함께 동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좌지우지한 셈이다. 처음 설탕 덩어리를 맨입으로 먹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식감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입 먹어보니 의외로 중독적이다. 여행 중에 계속 과자처럼 먹었고 여행 마지막날엔 지인 선물용으로 다량 구매했다.


  • 흑당에 이어 마트에서 발견한 오키나와의 또다른 명물 친스코(소금 과자)이다. 과거 류큐 왕국 시절 왕족이 즐겨먹던 과자라고 한다. 한 봉지 사서 여행 중 먹어봤는데 우리나라 명절 때 먹는 과자보다는 훨씬 맛있지만 흑당 만큼의 중독성은 없었다.



  • 3년 전 첫 오키나와 여행 때 온천 목욕 후 마셨던 EM 타마키 목장우유를 발견하고 냉큼 집어왔다. EM 타마키 목장우유는 오키나와 남부 목장에서 유기농법으로 생산되는 우유로 오키나와에서만 맛볼 수 있으며 건강에 좋기로 유명하다. 오랜만에 먹어보니 역시 그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맛이 맹물을 탄듯한 한국 우유 대비 넘사벽이다. 아구, 흑당, EM우유로 여행 첫 날의 피로를 깔끔하게 풀었다.


  • 첫 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호텔 호케 클럽 나하 신토신의 야간 전경이다. 여행기를 쓰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위치, 시설, 조식, 친절도 등 모든 부분에서 단점이 없는 호텔이었다.



  • 호텔 옆에는 24시간 운영하는 백엔샵이 있다. 여기 물가가 국내선 빌딩이나 국제거리보다 싸므로 어지간한건 여기서 사는게 정신 및 물질 건강에 이롭다. 국제거리의 삿포로 드럭 스토어에서 구매한 손톱깍기의 경우 여기가 100엔이나 저렴했다. 오키나와 내 다른 샵과 마찬가지로 당일 5,000엔 이상 구매 건에 대해 세금(8%)을 환불해주므로 잘 이용하면 알뜰한 여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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